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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찬송가 에세이 ⑰-"우리나라 민요조로 되어있는 찬송"

관리자
2022.04.02 00:18 8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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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철의 찬송가 에세이 ⑰
      제311장 “산마다 불이 탄다 고운 단풍에”
      작사  임옥인(林玉仁 1915-  )    작곡  박재훈(朴在勳 1922-  )

 <오-매 단풍들것네/장광은 골붉은 감잎 날아와/누이는 놀란듯이 치어다 보며/오-매 단풍들것네/추석이 내일 기둘리리/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오-매 단풍 들것네>
 “모란이 피기까지는”등 주옥같은 시를 많이 남기고 있는 김영랑의 시 “오-매 단풍 들 것네”이다. 여러해 전 우리나라 시인들이 애송하는 시에 뽑힐 만큼 많이 읊어지는 시이다.
 어느새 단풍의 계절을 맞는다. 멀리 설악에서 부터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있은 지 여러 날 되었다. 양력으로 10월초면 설악산에서 시작한 단풍은 용문 속리산을 거쳐 내장 지리산을 붉게 물들이고 하순이면 한라산의 중턱에 까지 내려간다. 단풍드는 날자를 지도로 그리면 봄의 화신도와 등위가 비슷하다. 다만 봄의 화신이 북상하는데 비해 가을 단풍도는 남하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봄에 새싹을 돋게하고 여름에 녹음을 짙게 하는 것이 식물의 청장년기라면 가을 단풍은 황혼기이다. 머잖아 우수수 쏟아질 낙엽의 처지가 되겠기 때문이다. 인생도 이와 같다. 단풍은 기후변화에 따라 잎속의 생리작용으로 녹색 잎이 붉거나 노랗게 변색하는 현상이다. 단풍이 곱게 드는 나무로는 단풍나무 진달래 옻나무 참나무 너도밤나무 등이다. 이런 나무들의 잎에 진하게 단풍이 들어 산을 물들이면 오히려 꽃보다 붉고 아름답다. 그래서 사람들은 봄이면 꽃놀이 가을이면 단풍놀이를 나선다.

 그 같은 아름다운 계절을 노래한 찬송이 우리가 부르는 찬송가에도 있으니 자랑스럽다. 우리나라 기독교인들 즉 임옥인이 작사하고 박재훈이 작곡한 제311장 “산마다 불이 탄다. 고운 단풍에”이다. 4개절 전체가 단풍 내용이 아니요 비바람과 고운 햇빛을 내려 지어주신 풍성한 추수의 계절을 하나님께 감사하는 내용으로 되어있으면서 1절의 시작이 우리나라의 가을 풍경과 정서를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다. 찬송가에는 분류하기를 추수감사절에 부르도록 되어 있으나 믿음의 사람들이라면 늘 하나님께 감사하는 생활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어느 때나 불러도 은혜스러운 찬송가이다. 특히 이 찬송은 우리나라 민요조로 되어있다. 4분의6박자로 후렴 부분에 이르러서는 춤이라도 덩실덩실 출 만큼 신명나는 곡이다. 그러나 가사가 아름다워 부르기보다 듣는 편이 더욱 좋다.

      <산마다 불이 탄다 고운 단풍에/골마다 흘러간다 맑은 물줄기/황금빛 논과 밭에
        풍년이 왔다/드맑은 하늘가에 노래 퍼진다/
 (후렴)  눈이 닿는 우주공간에/손이 닿는 구석구석에/우리 주님 주신 열매/우리 주님
        주신 알곡 감사하자>

 임옥인 선생이 이 찬송시를 짓게 된 특별한 동기는 없었다고 한다. 다만 1967년 찬송가개편위원회에서 할당 위촉하여 작사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임옥인 선생은 함경북도 길주군 출신의 여류소설가이다. 일본에 유학하여 함흥 영생여고보와 원산 루시여고보 서울 창덕여고등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동아일보 KBS등에 소설을 발표했다. 건국대학교 가정대학장과 YWCA 회장직을 지냈다. 대표작은 “후처기” “월남전후”등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녀를 소설가로서나 알고 있을 뿐 신앙심 깊은 크리스챤임을 간과한다. 문단에서는 그분을 하나님의 기적의 사람이라고 부를 만큼 고혈압에 뇌혈전증등 많은 질병을 앓았을 뿐 아니라 열 번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는데도 결국 하나님의 은혜로 기적처럼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분이다. 1975년 뇌졸중으로 생사를 헤맬 때는 죽음을 각오하고 하나님께 매달렸다고 한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이듬해 그녀는 기적적으로 회생할 수 있었다.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일어나라는 친지들의 믿음과 기도로 병상을 박차고 일어서 걸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정양중에도 민족복음화운동 지도위원을 지내고 사회에서 냉대받는 출옥자들을 돌보면서 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될뿐 아니라 동료 문인들을 위해 쉴 새 없이 기도해 왔다. 지금은 칩거하면서 간증의 글을 집필하고 있다고 한다. 교직은 왕십리교회 권사이다.
 작곡자 박재훈 박사에 대해서는 “찬송가 에세이” 10번 “어서 돌아오오”에서 소개했음으로 생략한다. 다만 그분이 기자의 친우인 간석교회 교우 L군에게서 박박사가 자신의 처숙부가 되신다는 이야기와 함께 찬송가 에세이를 쓸 자료가 될 책자를 구해 주겠다는 격려의 말을 전해 들었음을 이 기회에 밝힌다.
 작곡자 박재훈 박사가 이 찬송시를 접하게 된 것은 1965년경이었다. 박재훈 박사가 당시 개편찬송가 출판을 위한 찬송가위원회 간사로 있을 때였는데 새 찬송가집에 한국인의 찬송가를 많이 넣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채택된 임옥인 문인의 “산마다 불이 탄다.” 원고가 기독교인 작곡가들에게 우송되면서였다. 원고를 받아본 박박사는 아름다운 문체에 끌려 놓치고 싶지 않아 오선지에 옮겼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추수감사절의 우리나라 사람이 작사 작곡한 찬송가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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